시읽는기쁨

하나님 놀다 가세요 / 신현정

샌. 2008. 1. 4. 09:08

하나님 거기서 화내며 잔뜩 부어 있지 마세요

오늘따라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들판은 파랑물이 들고

염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정 그렇다면 하나님 이쪽으로 내려오세요

풀 뜯고 노는 염소들과 섞이세요

염소들의 살랑살랑 나부끼는 거룩한 수염이랑

살랑살랑 나부끼는 뿔이랑

옷 하얗게 입고

어쩌면 하나님 당신하고 하도 닮아서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놀다 가세요 뿔도 서로 부딪치세요

 

- 하나님 놀다 가세요 / 신현정

 

염소와 같이 뛰노는 하나님은 생각만 해도 귀엽고 유쾌하다. 아니 하나님은 염소를 닮아 누가 염소인지 하나님인지 구분도 잘 안된다. 하나님은 거대한 성전, 거룩한 의식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 안에 계시고, 그 모든 것이시다. 그러나 귀여운 아기의 눈망을 속에서 하나님을 보기는 쉬우나, 비루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가난하고 천한 이웃에게서 하나님을 읽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주변을, 이웃을 이렇게 대할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마주치는 세상 만물이 다 하나님의 현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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