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스님이 벽에 그림을 걸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못을 잡고 있는 왼손을 망치로 치게 되었다. 그 순간 오른손은 망치를 내던지고 왼손을 꼭 움켜쥐더라는 것이었다. 또, 왼손이 오른손에게 넌 왜 그렇게 일을 하느냐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왼손이 "오른손! 네가 내게 잘못했어. 나는 정의를 원해. 망치를 이리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왼손과 오른손은 하나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화가 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서로 한몸임을 안다면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왼손이 기쁘면 오른손도 기쁘고, 왼손이 고통스러우면 오른손도 고통스럽다. 우리는 타인과 다른 인간이 아니라 한몸이다. 인간을 넘어 이웃 생물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차별하고 갈등을 일으킨다.
지금 '유로 2012' 축구 대회가 열리고 있다. 축구에 관심이 없으니 4년마다 열리는 유로 대회가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그러나 축구가 11명으로 하는 시합인 줄은 알고 있다. 아마 축구가 몇 명이 하는 경기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11명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11명이 축구를 할 수는 없다. 상대편 11명이 있어야 하고, 심판도 있어야 한다. 또 관중도 있어야 한다. 응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시합을 하겠는가. 그러므로 시야를 넓혀 보면 내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축구 시합을 한다는 것은 두 팀이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축구라는 미학적 놀이를 서로 협력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몸의 각 지체는 서로 시기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묵묵히 자기의 할 일을 할 뿐이다. 발이 손 더러 내 일은 너무 힘드니 이젠 바꾸어 살자고 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수많은 기관들은 서로서로 협력하며 온전한 몸생명을 만들어 낸다. 천하고 귀한 구별이 있을 수가 없다. 만약 하찮게 보이는 하나라도 그 기능을 중지하면 몸 전체가 죽는다. 구성원 모두가 소중하고 귀하다.
성경을 보면 우리가 큰 몸의 지체임을 나타내는 말이 자주 나온다. 고린토1서에는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여러분 하나하나는 그 지체들입니다."라고 했다. 에페소서에도 "그러므로 여러분은 거짓을 버리고 각자 자기 이웃에게 진리를 말하시오. 우리는 서로 지체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스도의 몸'을 교회에 한정시키지 않고 우주적으로 확장시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우주적 생명을 이루는 지체들이다. 눈에는 차이가 보이고 구별되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한 몸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지혜다.
그러므로 인체를 소우주라 보는 것은 일리가 있다. 몸의 원리나 우주의 원리나 매일반이다. 손과 발이 우리 몸의 지체이듯 우리는 대우주라는 큰 몸의 일부분이다. 우주는 서로 다른 수많은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몸이다. 왼손이 오른손을 나무라고 다투지 않듯, 우리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남이 아프면 결국은 내가 아프다는 걸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상생과 조화, 이것이 몸에서 배우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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