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선생은 재미있는 비유를 써서 사람을 살리는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려 맑게 하면 병도 사라진다며 활인심방(活人心方)을 소개한다. 그중의 하나에 중화탕(中和湯)이라는 약이 있다.
중화탕은 30 가지 약재를 버무린 탕약이다. 물론 이 약재는 한약방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약재들을 ‘신장의 물’[腎水]에 넣고 ‘심장의 불’[心火]로 끓이면 된다. 중화탕을 꾸준히 복용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병도 고친다. 또한 원기(元氣)를 지켜 질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못하므로 병이 생기지 않고 평안히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중화탕에 들어가는 30 가지 약재는 다음과 같다.
1.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삿됨이 없다.
2. 행호사(行好事); 좋은 일을 행한다.
3. 막기심(莫欺心); 마음을 속이지 않는다.
4. 행방편(行方便);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한다.
5. 수본분(守本分); 본분을 지킨다.
6. 막질투(莫嫉妬); 질투하지 않는다.
7. 제교사(除狡詐); 간교한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8. 무성실(務誠實); 성실하고자 힘쓴다.
9. 순천리(順天理); 순리를 따른다.
10. 지명한(知命限); 타고난 수명의 한계를 안다.
11. 청심(淸心); 마음을 맑게 한다.
12. 과욕(寡慾);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13. 인내(忍耐); 참고 견딘다.
14. 유순(柔順); 부드럽고 순한 마음을 가진다.
15. 겸화(謙和); 겸손하고 온화하게 한다.
16. 지족(知足); 만족할 줄 안다.
17. 염근(廉謹); 깨끗한 마음으로 삼간다.
18. 존인(存仁); 어진 마음을 간직한다.
19. 절검(節儉); 절약하고 검소히 한다.
20. 처중(處中); 알맞게 처신한다.
21. 계살(戒殺); 살생을 주의한다.
22. 계노(戒怒); 성냄을 경계한다.
23. 계포(戒暴); 사나운 언행을 하지 않는다.
24. 계탐(戒貪); 탐내지 않는다.
25. 신독(愼篤); 조심하고 신중히 행동한다.
26. 지기(知機); 일의 얼개를 알아본다.
27. 보애(保愛); 지키고 사랑한다.
28. 염퇴(염退); 조용히 물러난다.
29. 수정(守靜); 고요함을 지킨다.
30. 음즐(陰즐); 남모르는 덕을 쌓는다.
또 응급처치용으로 화기환(和氣丸)이라는 처방약도 있다. 이 약재는 ‘참음’[忍]이다. 분한 것을 참지 못하면 자신의 몸을 병들게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화기환을 한 알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어 삼키면 즉효가 있다고 한다.
옛 선비들의 마음공부는 지극한 데가 있었다. 그분들의 서릿발 같던 극기(克己)의 자세는 본받을 만하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우리들은 너무나 험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중화탕 30 가지 약재 중에서 다만 몇 개만이라도 제대로 섭취한대도 마음의 보약으로는 넉넉할 것 같다. 며칠간 속이 매우 불편했는데 정로환을 찾을 게 아니라 중화탕 한 재 지어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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