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64]

샌. 2009. 3. 27. 08:41

그러므로 위로는 일월의 밝음을 어그러지게 하고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를 꺼지게 하고

가운데로는 사시의 운행을 일그러지게 하여,

기어 다니는 벌레와 날개 달린 곤충들까지

그 성품을 잃지 않은 것이 없다.

너무도 심하도다!

지식을 좋아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

 

故上悖日月之明

下삭山川之精

中墜四時之施

췌연之蟲肖교之物

莫不失其性

甚矣

夫好知之亂天下也

 

- 거협 5

 

인간 본성에 대해서 장자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 어떤 고정된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쉼없이 운동하고 변하는 우주에서 본성도 마찬가지라고 보지 않았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지식[知]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과 도(道)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천하가 어지러워진 근본 원인이 인간의 욕망, 그중에서도 지식욕이라고 하고 있다.

 

아마 장자의 시대에는 온갖 궤변과 학설들이 난무했던 것 같다. 그것들이 민중을 현혹하고 인간의 욕망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식이라는 것이 사물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데에 장자의 비판이 있다. 뿌리가 아니라 가지에만 집착하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요하고 맑은 무위(無爲)를 버리고 제멋대로 가르치는 썩은 학설만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인간의 지식과 욕망이 극한으로 팽창한 시대다. 벌레나 곤충들까지 자신의 성품을 잃었다는 장자의 지적이 바로 지금 이 시대에 대한경고 같이도 들린다. 기상이변으로 벌이 나오기 전에 꽃이 미리 피어서 수분이 안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사시의 운행이 일그러진 원인이 대부분 인간의 탓이다. 그런데도 욕망의 폭주 기관차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2천여 년 전의 장자의 한탄 소리가지금에 들어 더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너무도 심하도다! 지식을 좋아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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