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신학기병

샌. 2009. 3. 2. 08:21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 있듯이 나에게는 그와 비슷한 원인으로 생기는 신학기병도 있다. 둘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휴식 뒤에 찾아오는 후유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월요병이나 신학기병이나 따분하고 지리한 일로 다시 돌아간다는 스트레스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지난 휴식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다시 억지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 대한 심리적 긴장감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서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병이라는 이름이 붙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른들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 만나야 되는 사람들, 새로 해야 되는 일이나 공부의 중압감이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상황과 대면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젊었을 때는 그런 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극적으로 되고 움츠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 것 같다. 그러므로 신학기병의 증세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낯선 직장에서 새로 시작하는 경우는 더할 나위가 없다.

반면에 새 직장은 과거의 허물이나 잘못을 털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인간 관계나 업무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 학기는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새로운 희망에 가슴 설레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나도 새로운 직장에서 새 학기를 맞는다. 태연하려 하지만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앞으로 몇 주 이상이 필요할지 모른다. 지난 직장에서는 수 개월 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여러가지로 안심이 되는 점들이 많아서 어쩌면 다른 어느 때보다 쉽게 적응해 나갈 것도 같다. 명퇴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중에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 S의 말을 되새겨본다. 그의 입장에서 나 같은 경우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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