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옮겼다. 비록 바라던 곳은 아니었으나 첫 인상이 아담하고 따스해서 좋았다. 처음에는 투덜거렸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좋아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운명에 거역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체념하는 데는 이제 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좋아진 것 10 가지를 나름대로 골라 보았다.
1. 더 많이 걷게 되다.
2. 한강 옆이라 한강과 더 가까워지다.
3. 혼자 있는 사무실이 생기다.
4. 직장이 작고 아담하다.
5. 입시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되다.
6.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와 인연을 맺다.
7. 아이들 수준이 전에 비해 고르다.
8. 퇴직을 좀더 일찍 고려할 수 있게 되다.
9.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다.
10.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날 흔쾌히 받아주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만나고 헤어짐은 인생사에 늘 함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에 대한 반응이 무뎌진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그렇지도 않다. 새 직장은 여전히 긴장과 설레임을 준다. 그리고 여기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좋은 인연이 되길 기대한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0) | 2009.03.07 |
---|---|
신학기병 (0) | 2009.03.02 |
충성 (0) | 2009.02.16 |
[펌] 한겨레 칼럼 셋 (0) | 2009.02.11 |
외할머니의 귀 (0) | 2009.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