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샌. 2009. 3. 7. 09:11

한국 남자들 열 명 중 셋이 집에서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누는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자가 서서 오줌을 누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줌을 누는 자세는 문화나 관습이라기보다는 남녀의 신체 구조상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좌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면 물방울이 튀어서 지저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집에서 조심해서 볼 일을 보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앉아서 오줌을 누라는 권유를 받지는 않았다. 그런 자세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차에 접한 30 %라는 통계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 시대의 도래를 이 사실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남자가 알아서 했건, 아내의 강요가 있었건, 집에서 여자의 목소리가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남자 아이들은 고추를 내놓고 오줌 줄기가 누가 멀리 나가는가 하는 시합을 즐겨 했다. 잘은 모르지만 여자 아이들은 결코 그런 놀이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오줌 줄기를 보며 느끼는 남자만의 카타르시스가 분명 있다. 그래서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나로서는 거세 당한 남성성이 떠올라 왠지 슬퍼진다.

남녀공학 교실에 들어가 보면 교실의 주도권을 여자 아이들이 쥐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여자들의 활기에 남자 아이들은 거의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다. 나도 페미니스트란 소리를 듣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때는 이게 아닌데 하는 쓴웃음이 나온다.앞으로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가 온다고 하지만 남녀평등을 부르짖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역전이 된느낌이 든다. 거꾸로 성차별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남자의 오줌 누는 자세는문화적 관습에 불과할지 모른다. 앉아서 오줌 누는 문화가 보편화 된다면 또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살게 될 것이다. 그걸 남성성의 약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세상 변화는 참 재미있다. 미래의 언젠가는 공공화장실에서도 남자들의 소변기를 철수하라는 주장이 나올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서서 오줌 누는 야만적 자세에 대한 자아비판을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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