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인간 없는 세상

샌. 2008. 9. 3. 13:13

<인간 없는 세상>에는 인류가사라진 후 지구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상한 연대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그리고 언젠가는 인간 역시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지구에서 인간만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간이 생태계에 가한 압박이 없어지면 지구는 어떻게 반응할까? 확실한 것은 인간이 사라져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은 잘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멸종을 슬퍼할 종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도리어 대부분의 생물 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간의 부재를 환영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문명의 구조물들도 오래지 않아 숲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오염시킨 땅과 대기도 정화될 것이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지구가 인간의 흔적을 지우는데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은 <인간 없는 세상>에 나오는, 인간이 사라지고 난 뒤의 지구 연대기다.

2일 후 ;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7일 후 ;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디젤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소모된다.


1년 후 ;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 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후 ; 난방이 중단됨에 따라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건물이 손상된다. 예컨대 벽과 지붕 사이의 이음매에 균열이 생긴다.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겨울을 한두 번 거치는 동안 멸종된다.


10년 후 ; 지붕에 가로세로 18인치의 구멍이 나 있던 헛간이 허물어진다. 사람 없는 집은 대부분 50년, 목조가옥이라면 기껏해야 10년을 못 버틴다.


20년 후 ;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한다. 파나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가 즐겨 먹던 일반적인 밭작물들의 맛이 지금 같지 않은 야생종으로, 그러니까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100년 후 ;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는 코끼리들은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개체수가 스무 배로 늘어난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작은 포식자들은 인간이 남긴 생존력이 엄청나게 강한 고양이 등에 밀려 개체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300년 후 ; 흙이 차오르면서 넘쳐흐르던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강 삼각주 유역에 세워진 미국의 휴스턴 같은 도시들은 물에 씻겨나가 버린다.


500년 후 ; 온대지역의 경우 교외는 숲이 되어버리면서 개발업자나 농민들이 처음 보았을 때 모습을 닮아간다. 알루미늄으로 된 식기세척기 부속과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조리기구가 풀숲에 반쯤 덮인 채 있다. 그것들의 플라스틱 손잡이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여전히 멀쩡하다.


1천 년 후 ; 뉴욕 시에 남아 있던 돌담들은 결국 빙하에 무너지고 만다. 인간이 남긴 인공구조물 가운데 이때까지 제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영불해협의 해저터널뿐일 것이다.


3만 5천 년 후 ; 굴뚝산업 시대에 침전된 납이 마침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이에 비해 카드뮴은 완전히 씻겨나가기까지 7만 5천 년의 세월이 걸린다.


10만 년 후 ;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진다(좀더 걸릴 수도 있다).


25만 년 후 ; 금속 케이스가 일찌감치 부식된 플루토늄 핵폭탄의 플루토늄 수준이 지구의 자연적인 배경복사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십~수백만 년 후 ;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진화한다.


1억 년 후 ; 인류가 남긴 청동 조각품은 아직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30억 년 후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겠지만 갖가지 생명체가 여전히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다.


45억 년 후 ; 미국에만 50만 톤 있는 열화우라늄-238이 반감기에 이른다. 태양이 팽창함에 따라 지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적어도 10억 년 동안은 지구 최초의 생물을 닮은 미생물이 다른 어느 생물체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50억 년 이후 ;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다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버릴 것이다.


영원히 ; 우리가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는 계속해서 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차가운 우주 공간에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전자기파만이 아득한 과거에 존재했던인간을 증거할 것이다. 뛰어난 감지기를 갖춘 우주인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인간의 유적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이 상당한 위기 상황임을 알게 된다. 인류는자신의 생존기간을 스스로 앞장서 단축시키고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자는 지구의 모든 가임여성은 중국식으로 무조건 1 자녀만 낳도록 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있다.문명의 대전환이 없으면 파국은 눈 앞에 있다.

이런 위기의식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또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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