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Wall-E

샌. 2008. 9. 2. 16:05



영화 'Wall-E'를 보았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무자비한 살륙전을 벌이는 우주인과의전쟁터를 무대로 하는데, 이 'Wall-E'는따스하고 희망적인우주를 그리고 있다.인간에 의해서 지구가 황폐화되었지만, 사랑은 로봇에 의해 되살아나 지구는 다시 초록빛 행성으로 변한다. 영화는 두 로봇 'Wall-E'와 'Eve'의 가슴 따스한 사랑 이야기면서 문명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Wall-E'는 인간이 떠난 지구에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지구는 황폐화 되었고 온통 문명의 폐기물로 가득하다. 그런데 'Wall-E'는 사랑도 느낄 줄 아는 감성적인 로봇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색의 귀여운 탐사 로봇 'Eve'와 마주친 순간 사랑에 빠진다. 'Eve'를 뒤쫓아 우주로 날아가는 'Wall-E'의 여행이나, 거대한 우주선 '엑시움'밖에서 두 로봇의사랑의 비행 장면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답다.애니메이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다. 그나저나 두 로봇 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로봇이 앙증맞고 귀엽다. 힘 세고 남성적인 로봇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점이 이 영화를 보내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지구를 탈출한 인간들의 거주지 역할을 하는 거대한 우주선 '엑시움'이다. 거기서 인간들은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로봇의시중을 받으며 살아간다. 공중부양 소파에서만 생활해서 손과 발은 퇴화되었고, 살은 피둥피둥 쪘다. 그리고 모든 경험은 얼굴 앞에 있는스크린에 비치는 영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거의 완전한 사이버 세상이다. 반면에 로봇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다. 금속의 손을 가지고서로를 만지려는 'Wall-E'와 'Eve'의 몸짓은 그래서 더욱 고귀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엑시움'의 상황을 먼 미래의 공상에 불과하다고 웃어버릴 수 없는 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저건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경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과다로 뚱뚱해진 현대인들은 그들과 비슷하게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많은 일들을 처리한다. 고전적 의미의 사랑은순간적 쾌락으로 대치되고 있다. 멀지 않아 사이버상의 가상 공간에서 사랑을 나누는 일도 가능해진다고 한다. 영화는 바로 그런 기술문명의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는 것으로 나에게는 비쳐졌다.



오랫만에 우주를 소재로 한 따뜻한 영화를 보았다.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영화는희망을 이야기한다.컴퓨터 통제시스템에 굴복하지 않은 '엑시움'의 인간들은 결국 지구로 귀환해 황폐한 땅에 한 포기 초록식물을 심는다. 그리고 어두운 회색빛 지구가 다시 초록색으로 변한다.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 행복하고 인간다울 수 있는지 이 영화는 지금의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 Wall-E ;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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