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자각증상

샌. 2008. 5. 3. 16:49

일주일 가까이 입술이 부르터 있더니 이제야 아물어간다. 평상시 크게 무리되는 생활을 하지 않으니 피곤해서 입술이 부르트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럴 징조가 보이면 몸을 사리며 조심한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입술 양쪽이 부르텄다. 연일 바빴던 탓에다 지난 일요일에는 직장에 나가 근무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일은 예상외로 힘이 들었고 내 체력에는 무리가 되었다.

의학용어 중에 자각증상이 있다. 자각증상은 몸에 이상이 생기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몸의 경고 신호다. 대부분의 병에는 미리 이런 자각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몸살기가 생기거나 입술이 부르트는 것은 네 생활을 몸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인으로 보면 된다. 그러므로 자각증상은 고맙고 감사한 현상이다. 몸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방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많은 경우 자각증상을 무시하고 병을 키운다. 몸의 경고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자각증상이 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생활의 모든 면에 걸쳐 위험을 알리는 자각증상이 나타난다. 한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이나 인류 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 문명의 자각증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너무나 자주 접해서 우리는 차차 만성이 되어가고 있다. 실은 그것이 더 위험하고 무서운 일이다.

지금 나에게도 몸과 정신에서 무수한 자각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자각증상으로 알아채지 못할 따름이다. 그것은 내 마음 깊숙한 데서 울려오는 소리이며 나아가 하늘의 소리일 수도 있다. 좀더 현명하게 살아가자면 사실 그런 자각증상들에 주의를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 신경을 쓰다가 신호를 잘못 해석할 수도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그러다가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일을도모할 것이 아니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각증상이 가리켜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일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데서 제동이 걸리게 된다. 그럴 때신호를 무시하고 일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붉은 신호등이 켜졌는데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사람은 없다. 물론 붉은 신호등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나서 조심했더니 몸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부르튼 입술 덕분에 빨리 정상 상태로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몸의 문제만이 아니고, 지나고 보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때의 의미에 대해 어슴프레하게나마 깨닫게 된다. 오늘의 서운함이 내일은 웃을 일로 변해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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