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위심(違心) / 이규보(李奎報)

샌. 2007. 10. 2. 10:45

人間細事亦參差

動輒違心莫適宜

盛世家貧妻常侮

殘年祿厚妓將追

雨읍多是出遊日

天霽皆吾閑坐時

腹飽輟飡逢美肉

喉瘡忌飮遇深모

儲珍賤末市高價

宿疾方광隣有醫

碎小不諧猶類此

揚州駕鶴況堪期

 

- 違心 / 李奎報

 

인간사 자질구레한 일 탈도 많아서

일마다 어그러져 뜻대로 되는 게 없어라

젊었을 땐 집 가난해 아내 늘 구박하고

말년에 봉급 많으니 기생들만 따르려 한다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대부분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맛있는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오랜 병 낫고 나니 이웃에 의원 있네

자질구레한 일 맞지 않음이 이와 같으니

양주에서 학 타는 신선 노릇 어찌 바랄까

 

인생사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도리어 사는 게 재미있는 일인지 모른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푸념이 오늘에도 다르지 않다. 유머러스한 이 시를 보면 절로 미소가 일게 된다.

 

'양주가학(揚州駕鶴)'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있다.

옛날에 네 사람이 자기가 가장 되고 싶은 것을 말했다. 첫 번째 사람은 양주자사(揚州刺史)가 되고 싶다고 했고, 두번 째 사람은 많은 돈을 가지고 싶다고 했고, 세 번째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네 번째 사람이 "나는 허리에 돈 십만 관을 두르고 학을 타고 양주자사로 가고 싶다네."라고 말했다. 그래서 '양주가학'이란 많은 즐거움을 한꺼번에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모든 것을 가지려는 인간의 꿈과 욕망을 어찌 말릴 수 있으랴.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지만, 과하면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세상일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놀러가는 날에는 비가 오고, 하릴없이 앉아 있을 때는 날씨가 맑다. 오죽하면 머피의 법칙도 생겨났다. 아무리 애쓴들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다.

 

이 시에서는 마음의 여유와 넉넉함이 읽혀져 좋다. 일의 성취 여부에 대한 안달이나 조급함이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지루한 인생길에서 머피의 법칙은 오히려 활력과 웃음을 준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사를 바라보는 그런 넉넉한 마음이다. 그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내 뜻대로 안 되는 이 세상도한 번 멋지게 살아볼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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