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 그 굽은 곡선 / 정현종
달팽이의 길, 지렁이의 길은 곡선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조개가 기어간 흔적도 곡선이다. 고향 마을 뒷산에 난 오솔길도 곡선이다. 꼬부랑 논둑길의 다랑이논은 늘 정겹다. 해와 달도 곡선을 그리며 하늘길을 간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는.....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직선은 문명의 모습이고, 곡선은 자연과 생명의 모습이다. 그 굽은 곡선에 평화의 노다지가 숨어있다. 노다지라는 말은 'No Touch'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못 견디게 좋은 그 굽은 곡선을 그대로 두라.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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