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대답해 보아라 / 이현주

샌. 2007. 9. 1. 13:47

사람이 없어도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은

숨도 못 쉰다

 

그래도 사람이 나무보다 크냐?

 

사람이 없어도 강은

유유히 흐른다

강물이 없으면 사람은

목말라 죽는다

 

그래도 사람이 강보다 크냐?

 

- 대답해 보아라 / 이현주

 

가을이 어느 순간에 불쑥 찾아왔다. 그리고 올 여름도 예년 같지 않은 기상 때문에 말이 많았다. 8월에 장마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8월 하순에야 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젠 아열대기후에 포함된다느니, 장마 대신에 우기라는 말을 써야 한다느니 논란도 있었다.

 

사람이 감각적으로 느낄 정도의 기상 변화라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파국의 징조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의 지구 온난화 속도는 기후 평형을 뒤흔들어 놓는 엄청난 변화이고, 앞으로 폭우나 폭염을 뛰어넘는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 주로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데 있다.

 

자연과 생태계 파괴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인간이 뒤집어써야 한다. 우리 때는 마구잡이로 살더라도 번영을 누릴지 모르지만후손들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업자득의 결과다. 자연의 파괴는 인간성의 파괴로까지 이어진다. 신세대들의 심성의 황폐화는 자연을 대하는 우리들의 짓거리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 맑은 강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 이것보다 더 단순하고 진실된 말도 없다. 어떤 사람은 강을 파헤쳐서 운하를 만들려고 한다. 어디 운송수단이 없어서 강을 운하로 바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강은 강답게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강을 수단으로 대하는 사람이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대답해 보아라. 그래도 사람이 강보다 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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