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陋室銘 / 劉禹錫

샌. 2007. 8. 28. 10:52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廉靑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曷廬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 陋室銘 / 劉禹錫

 

산이 높지 않아도 신선이 살면 이름난 산이요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살면 신령한 물이라지

이곳은 비록 누추한 집이지만 오직 나의 덕으로도 향기가 난다네

이끼 낀 계단은 푸르고 풀빛은 발을 통해 더욱 파랗고

담소하는 선비가 있을 뿐 왕래하는 백성은 없도다

거문고를 타고 불경 뒤적이며

음악은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청의 서류로 몸을 수고롭게 하지 않아

남양 제갈량의 초가집이나 서촉 양자운의 정자와 같으니

공자께서도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라고 하셨다

 

시에 담긴 옛 선비의 기개가 대단하다. 몸은 좌천되어 시골 말단 관리로 초라한 거처에 머물지만, 정신의 가치만은 잃지 않으려는 당당함이 있다. 사실 사람이 자존심까지 무너지면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 정도 오기나 기개가 있어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경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유우석(772-842)은 당나라 사람으로 21세 때 과거에 급제하고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정치에 나섰으나 좌천되어 안휘성 작은 현의 한직을 맡는다. 상사는 그를 구박하며 초라한 작은 방 하나를 내주고 기거하게 했다고 한다. 누실명(陋室銘)은 그때 지은 것이다.

 

주어진 환경이나 불운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도리어 높은 정신적 경지로 승화시키는 자족(自足)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사람의 향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이곳은 비록 누추한 집이지만, 오직 나의 덕으로도 향기가 난다네.' - 부끄러운 할 것은 누추한 집이 아니라, 내 수양 부족이며 인간됨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향기는 누추한 집에서 도리어 더욱 진하게 풍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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