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를 지나다가 우연히 읍내에 있는 대로사(大老祀)에 들리다. 경내의 노란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돌린 것이다.
‘大老’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존칭인데, 이 대로사는 정조 3년(1779), 왕이 효종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고 여주 관아에 머물렀을 때 옛날 송시열이 능을 향해 통곡하며 후진에 북벌의 대의를 주장했다는 말을 듣고 수행한 김양행에게 사당 건립을 추진하게 하여 정조 9년에 건립한 사당이라고 한다. 그후 강한사(江漢祀)로 개칭되었고, 건물 안에는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는 이런 대로사의 내력을 적은 대로사비(大老祀碑)가 남아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아담한 경내의 뜰에는 은행잎이 쌓여 노란 융단으로 덮여 있다. 쾌청한 늦가을의 햇살이 그 위에 부서지는데, 역사적 내력을 자세히 알지 못해도 고풍스런 분위기가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뜰의 낙엽을 모아 태우는데 다행히도 은행잎만은 건드리지 않아 고맙다. 그런데 너무 적적해서 심심했는지 크게 틀어놓은가요 테이프 소리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소리 조차 가을 분위기에 녹아 정겹게 들린다.
아, 그러나 이것도 올해의 마지막 가을 풍경인 듯하여 돌아서는 발길에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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