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나는 저녁이면 돌아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가
몇 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비 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쪽 납작바위에 붙어앉아
밤새 사랑을 나누다가 새벽녘 솔바람 소리 속으로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 나의 나 / 이시영
내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나'가 들어있다. 하늘을 닮은 나, 땅을 닮은 나, 늑대 같은 나, 양 같은 나, 어느 날은 군자가 되고, 어느 날은 소인이 된다.
가정과 직장의 안온한 울타리에 만족하지만 때로는 일탈을 꿈꾼다. 내 속에는 성인도 들어있고, 창부도 들어있다. 세상이 주는 단 맛을 즐기지만 때로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싶어진다.
그 중 하나가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나는 그 모두를 합쳐 놓은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 삶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나가면 나를 찾아갈 수 있을까? 내 진면목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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