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노루귀(2)

샌. 2006. 4. 12. 12:37



초봄, 낯선 산의 계곡에서 노루귀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무엇에 비견할까?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 몇 시간 동안 산을 헤매다가 우연히 작은 돌 밑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도 노루귀는 유별나다.

무엇이 그리웠는지 대부분의 꽃들이 아직 흙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노루귀는 그 연약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다. 가녀린 그 모습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이 놀랍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겹기도 하다. 가녀린 꽃잎이며 가는 줄기, 그리고 뽀송뽀송한 솜털 속에 그 어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숨어있는 것일까?


노루귀는 외로움을 즐기는 고운 소녀다.

모여 있어야 대개 두서너 송이가 같이 있을 뿐, 다른 꽃들처럼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그런 점이 도리어 이 꽃을 더욱 귀히 보이게 한다. 그래서 이따금씩 만나는 노루귀는 모두가 반갑다.


노루귀는 자주색과 연분홍색, 흰색의 세 가지가 있는데 내 경험상 거의 비슷하게 볼 수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도 비교적 골고루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노루귀 새싹을 보면 왜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둥글게 말려진 잎과 보송보송한 털이 영락없이 노루귀를 닮았다.


노루귀가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지만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내 경우를 보면 예전처럼 노루귀를 자주 만나지를 못한다. 전에 보았던 장소를 찾아가지만 못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쁜 노루귀가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지나 않는가 하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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