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를 막기 위해 보일러의 물을 빼고 겨우내 비워두었던 터에 다시 물을 넣었다. 물 빼는 작업과 마찬가지로 물을 넣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해체한 보일러를 다시 연결하고 에어를 빼내기 위해 보일러관에 물이 꽉 차게 하는 일에거의 두 시간 정도걸렸다.
넉 달이 넘어서 다시 보일러가 돌고 바닥에 온기가 돌아오니 마치 냉동인간이 깨어나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게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집도 정이 들면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아껴 주고 잘 관리해 주면 활기에 차 보이지만, 무관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왠지 쓸쓸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일러를 통해 물이 돌아가고 그래서 발바닥으로 따뜻한 기운이느껴질 때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
이젠 터에서 정을 떼야 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막상 집에 드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기분이 착잡해진다. 환희에 떨며 새 생활을 시작했던 내 모습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 속에 들어있는 땀과 눈물이 생각나 그냥 멍해진다. 이러다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돌아올 때에는 다행히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섣부른 판단 없이 당분간은 지켜보기로 해야겠다. 마음 속에 결정적인 사인이 올 때까지는지금까지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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