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꽃씨를 뿌리다

샌. 2006. 4. 23. 16:35

올해는 텃밭의 크기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골과 골 사이도 넓게 해서심는 작물의 양도 작년의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입니다.골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도 이제는 숙달되어 혼자 해도모양이 멋지게 나옵니다.

 

작년에 밭으로 썼던 곳의 일부는 꽃밭으로 바꾸고 꽃씨를 심었습니다. 봉숭아, 채송화 등 꽃가게에서 사온 꽃씨가 열 종류 가까이 됩니다. 봉지에 들어있는 씨앗의 생김새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꽃의 모습에는 익숙하지만 씨앗은 오랜만에 서로 비교하며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이놈들이 제대로만 꽃을 피워준다면 예전 시골집 마당의 화단처럼 고전적인 화단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꽃잔디 씨를 많이 보내 주어서 둘레에 뿌렸습니다. 아무래도 봄의 마력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땅에서 초록 기운이 돋아나고, 나무에서는 새 잎이 얼굴을 내미는 모습은 경탄 그 자체입니다. 모과나무 새싹은 꽃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작은 잎들이 모여 산이 새 옷을 갈아 입습니다. 이즈음에 보는 신록의 색깔은 마술과 같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제일 큰 기쁨은 내 손으로흙을 만지고 씨를 뿌려 먹을거리를 심고,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새싹을 내고 싱싱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마치 우주의 생명 작업에 동참하는 것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는 사람에게서는 결코 받을 수 없는 정서적 위안이 있습니다.

 

이런 마력 때문에 이 터를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가을의 쓸쓸함과 겨울의 스산함을 지나고 나면 이런 향기로운 봄의 유혹으로 인해 다시 주저앉습니다. 지난 주에 놓은 감자는 싹이 나왔을까, 어느 꽃씨가 제일 먼저 고개를 들까, 붉은 명자꽃은 올해엔 제대로 필까 - 궁금한 것이 자꾸만 많아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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