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네팔에서 살고 싶다

샌. 2005. 10. 8. 09:56

해외에서의 노후생활을 주제로 한 기사가 지난달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습니다. 정년퇴직한 연금생활자들이 가서 살만한 태국, 필리핀 등 몇나라가 소개되었는데 대개 비슷했지만 그 중에서도 네팔에서의 생활에 대한 내용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생각을 바꾸면 적은 돈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네팔, 티베트, 부탄 등의 지역은 평상시에도 관심이 많은 곳입니다. 그곳은 제가 해외여행을 간다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히말라야산맥을 끼고 있는 원시의 대자연과 함께 아직 문명에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으로 얼마간은 낭만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부탄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알게도 되었습니다. 우연히 부탄에 들어가게 된 서양 처녀가 부탄의 매력에 빠져 그곳 사람과 결혼하고 거기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문명에서 자연으로 회귀하는 한 인간의 변화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좀처럼 국제 뉴스에서 이름을 들어볼 수 없을 정도로 부탄은 조용히 숨어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제 신문에 부탄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제목은 ‘부탄에서 소중한 건 GDP 아닌 GNH’ 였는데 그 내용 중 일부는 이렇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행복한 작은 왕국의 새 행복 척도>라는 기사에서 왕추크 부탄 국왕이 제시한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왕추크 국왕은 “국정의 우선순위를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GNH에 두겠다.”고 밝혔다. GNH는 문화적 전통과 환경 보호,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왕추크의 국정운영 철학이다. 부탄은 1인당 GDP가 1400 달러인 빈국이다. 그런데도 사회가 안정돼 있다. 국왕이 숲 속 나무집에서 살면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왕추크 국왕은 “국민의 행복이 왕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헌법에 기초한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경제보다는 행복을 국정 목표로 삼고 있는 나라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습니다. 부탄은 외국인의 입국도 제한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지키면서 함께 골고루 사는 나라를 만들려는 특이한 국가입니다. 이 나라의 행복지수는 선진국 어디보다도 높습니다. 모든 나라가 경제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쫓고 있는 현실에서 좀 못 살더라도 자연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부탄의 노력이 그래서 더욱 가치 있게 보입니다.)


문명의 단맛보다는 대자연과 호흡하며 은둔적 생활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은퇴 후 이런 해외에서의 생활도 한 번 고려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안락한 대도시에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사람들 사이보다는 자연 속에서의 단순, 소박한 삶입니다. 그러자면 도시나 문명의 이기를 가능한 한 떠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따르는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네팔은 이상적인 장소의 하나로 지금은 여겨집니다.


네팔은 올해부터 60세 이상 되는 외국인 생활자에게 네팔은행에 미화 2만 달러를 예치하면 1년짜리 거주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비자는 매해 1200달러를 네팔 내에서 사용했다는 증명을 하면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거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거주지로는 수도인 카트만두와 자연환경이 뛰어난 포카라를 들 수 있는데 2층 주택의 임대비용은 월 50만 원 정도이고 한 달 생활비는 약 15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생활비와 인건비가 무척 싸기 때문에 그 정도면 최고의 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주를 함께 하는 가사 도우미 비용이 월 4만 원도 안된다는군요. 그래서 교민들 대부분은 집안일이나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여가 활동이나 자신의 계발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단점은 역시 의료, 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빈약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살고 있는 한 부부가 말하는 네팔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쫓긴다는 느낌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라는데, 주위와 비교되거나 경쟁할 일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네팔에서의 생활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삶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할 만하다고 말합니다.

어느 곳에서의 생활이든 양면성이 있으니 네팔의 생활양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기 단계만 잘 넘기고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 한국에 가서 살기가 힘들 것이라고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는 삶의 방식이 다른 네팔에서의 삶은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지만 네팔에서의 삶은 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작년에 인도와 네팔을 다녀온 친구가 자신은 나중에 네팔에 가서 살겠다고, 무슨 호수 옆에 살고 싶은 장소도 찾아두었다고 큰소리치는 것을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새롭게 들립니다. 그 친구 지금도 그 생각이 유효한지 언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너무 외떨어진 외국이라는 두려움도 들긴 하지만 제 노년은 뭔가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네팔에도 다녀오고 싶고, 정보도 모으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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