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인간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

샌. 2005. 10. 21. 16:37

인간은 왜 환경을 파괴할까? 최근에 읽은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에서는 그 이유를 인간 본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이라는 한 생물학자에 의해 명명된 ‘공동 소유의 비극’ 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예를 들면 원시인들이 매머드를 거의 멸종시키게 되었을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바보가 있었다고 합시다. 그는 ‘아니야, 나는 새끼를 밴 매머드는 죽이지 않겠어. 임신한 짐승을 해치는 것은 나쁜 일이야.’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 어미 매머드를 발견한 다른 원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살려준 매머드를 다른 원시인이 잡아 포식하는 마당에, 배를 곯며 기다리고 있는 가족에게 빈손으로 돌아가는 그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입니까? 어느 한쪽의 자제가 다른 쪽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합리적인 개인이라면 지상에 마지막 남은 매머드 한 쌍을 죽여 버릴 것입니다. 그가 죽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만인의 재산은 아무의 재산도 아니며, 모두에게 개방된 부는 아무도 가치를 쳐주지 않습니다. 그 부의 적절한 활용 시기를 고지식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다른 이가 그것을 차지하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지의 목동이 훗날을 위해 남겨놓는 풀 한 포기는 그에게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내일이면 다른 목동의 소가 그 풀을 뜯어먹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지금의 환경 문제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개인이나 한 국가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태적으로 산다고 해도, 남는 과실은 분명 다른 개인이나 국가의 차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바보 같은 집단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함께 세상의 돌아가는 구조가 그런 바탕 위에서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재구성하고 인간의 식습관을 바꿀 뿐 아니라 삶의 가치와 생활 양식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연 세계와 우리의 관계를 반성하고 우리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본연의 인성으로 돌아가 자연과의 관계를 일신해야 한다.’

많은 환경론자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인간 본성의 변화는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그것은 유전자적으로 볼 때 인간은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류에게 본능적인 환경 윤리나 생태적 미덕, 또 자제의 습관을 계발하고 가르치는 내재적 경향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는 낙관적 생태론을 부정합니다. 그 이유는 인간 본성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홉스가 말한 ‘인간은 야수이며,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이 인간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과, 헉슬리의 ‘생존이란 피도 눈물도 없는 투쟁’이라는 관점에 서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겠지요.

원시 종족들, 특히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본능적으로 생태적이었다는 판단도 역시 저자는 부정합니다. 생태적으로 고상한 종족은 없었습니다. 인간은 늘 탐욕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생태적으로 보이는 것은 자연에 영향을 줄 만큼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루소적 낭만주의는 환경 감상주의로 평가절하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기적 유전자로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것은 탐욕과 경쟁을 당연시하는 차가운 이론인 것 같습니다. 사실이 어떠한지는 논란이 있겠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주장입니다.

인류의 부정적 특징들이 어떤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의 소산이라는 견해는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선입견은 무자비한 경쟁, 전쟁, 억압 등을 정당화 시킵니다.

대신에 인간 본성을 역사적 산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서로 다른 여럿의 인간 본성을 창조했으며, 새로운 인간 본성이 낡은 본성을 대치해 왔다고 말입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지금의 부정적 인간성을 물질과 과학 기술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와 연결시켜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생물학자로서 거기에 대해 분명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 안에는 인간이 다른 존재, 또는 자연과 공존 공생할 능력이나 지혜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할 능력은 있다고 조금의 여지는 두고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패러다임은 인간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벗겨 놓았습니다. 과학적 사실들이 증거로 많이 제시되지만, 그러나 그것이 진실과는 먼 얘기이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선한 천성이 있으며, 우주의 지혜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고, 그를 통해 결국은 구원의 길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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