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우리들의 호들갑

샌. 2005. 10. 26. 12:32

중국산 납 김치에 이어 이번에는 기생충 김치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약국의 구충제가 다 동이 났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양식 어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어 또 한 바탕 소동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어류건 가축이건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위험 수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로보는 세상에서 갈수록 제대로 된 먹을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사실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공기와 물과 음식, 인간의 몸으로 출입하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이런 것들이 오염된다는 것은 인간 생존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무엇을 얻더라도 이것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그러나 늘 이런 문제가 터지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흥분하고 호들갑을 떨지만 진지하게 대처하는 자세는 볼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를 애써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중국의 모든 농산물이 다 오염되고 못 먹을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생산 과정을 보면 한국 보다도 더 유기농산물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일본이나 선진국에서는 엄격한 사전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기준이나 시스템이 없을뿐 아니라 수입업자들 또한 이윤 때문에 저가의 제품만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모든 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의식, 그리고 그런 경제 구조 및 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식량 자급율이 어떻게 되든 말든 경제적 논리에 밀려 우리 농촌은 지금 고사 직전입니다. 쌀 보다는 반도체와 LCD가 더 중요한가 봅니다. 올해도 쌀값은 떨어지고 농민들의 농사 지을 의욕은 꺾이고 그러면 앞으로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 영농자 수만 명만 남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농촌은 농촌대로 살기 위해서는 비료와 화학 약품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돈 되는 농사를 위해서는 유해성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그래서 '먹을 것 따로, 팔 것 따로'라는 있을 수 없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는 더없이 천박한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생충 김치에 대응한다는 것이 고작 서로 기생충 약 사먹기 경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중금속 해독제가 나온다면 세상이 중금속으로 뒤덮이든 말든 사람들은 모른 체 할 것도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질의 문제이고, 그것은 우리들 욕망의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좀 더 나은 공기를 위해서 사람들은자가용 사용을 억제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데 왜 주저할까요? 주말이면 여행이나 골프를 치러가는 대신에 교외의 텃밭에서 가족과 땀을 흘리며 건강한 먹을거리를 길러보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을까요?

 

아파트 베란다나 빈 터를 잡지에 나오듯 세련되고 멋지게 꾸밀려고 하는 대신에 녹색 채소를 가꿔서 생태적 정원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왜 아예 포기할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새만금이나 천성산 문제를 외면하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하고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고 여길까요?

 

이런 욕망의 시스템으로부터 우리들 다수의 의식의 전환이 없이는 앞으로도 먹을거리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본질에 대한 각자의 자각과 생활 방식의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건강한 땅에서 나는 깨끗한 음식물을 우리는 영영 맛보지 못할것이고, 이번 사태와 같은 우리들의 호들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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