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Job 뉴스 / 장정일

샌. 2005. 10. 5. 12:34

봄날

나무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Job 뉴스>를 본다

 

왜 푸른하늘 흰구름을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을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드는 햇빛에 눈을 상하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무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 Job 뉴스 / 장정일

 

개미나 꿀벌을 찬양하던 시대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인간의 고군분투란 Job을 얻기 위한, 또는 더 나은 Job을 차지하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현대인들은 Job의 노예가 되고 있다. Job 중에서도 정신없이 바쁜 Job이어야 한다. 그들은 어쩌다 일에서의 해방을 꿈꾸지만 며칠을 못 지내고 다시 일을 그리워한다.

 

이 세상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그런 일벌레들로 가득하다. 에너지 넘치는 활동주의자들로 넘쳐난다. 시인과 같은 게으른 공상주의자들은경멸의 대상이다. 그러나 살벌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가끔은 이렇게 머리를 비우는 것이 우리에게 생기를 준다. 이런 여백이 없다면 답답해서 질식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