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샌. 2005. 9. 30. 12:04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쿨쿨 잠든 척한다. 태어나 나의 첫 거짓말은 깊이 잠든 것처럼 들숨 날숨 고른 숨소리 유지하는 것, 하지만 오줌 마려워 빳빳해진 일곱 살 미운 내 고추 감출 수가 없다.

어머니 내가 잠 깬 것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사랑이 끝나고 밤꽃 내음 나는 어머니 내 고추 꺼내 요강에 오줌 누인다. 나는 귀찮은 듯 잠투정을 부린다. 태어나 나의 첫 연기는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잠투정 부리는 것, 하지만 어머니 다 아신다.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졌으니 어머니 부엌살림처럼 내 몸 낱낱이 알고 계신다.

-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겨울이 되면 온 식구들이 한 방에 모여 잠을 잤다. 아버지 어머니와 다섯 형제들이 같이 누우면 방이 가득 찼다. 옆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사랑을 하는 기척에 잠이 깰 때가 있었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깊이 잠든 것처럼 들숨 날숨 유지하는...' 시인이 표현한 꼭 그런 마음으로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날 아침부엌에서 밥을 지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부끄러워서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 시를 읽으면 옛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러나 지금은 미소를 지으며 추억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소재로 이렇게 재미난 시를 만드는 시인의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