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서러운 날

샌. 2005. 8. 23. 17:51

오늘은 왜 이렇게 자꾸 서러운 마음이 일어날까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맥이 탁 풀립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오늘은 모두가 생기를 잃었습니다. 저 밝은 하늘 때문입니다.


시간이 나면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봅니다. 색깔이 어쩜 저리 선명할 수 있는지, 초록의 나무들과 파란 하늘의 조화에 넋을 잃습니다. 오늘은 하루 내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열렸습니다. 그것도 더 이상 맑고 투명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로 상상할 수 있는 그대로의 하늘이 열렸습니다.


탁한 도시의 하늘도 이런 기적을 연출할 줄 아네요. 오늘은 정말 일 년 중에서 며칠밖에 볼 수 없는 날씨일 겁니다. 오후에는 일찍 일을 접고 나왔습니다. 어디로든 걷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활짝 펴고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의기소침해지고 자꾸만 서러워지는 지요?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밝은 하늘을 맞으려 나왔지만 나는 다시 그늘진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아름다움이 극진해지면 슬픔으로 이어지나 봐요. 모든 아름다움은 그 속에 서러움의 씨앗을 품고 있나 보지요. 또한 서러움도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부를 때 그것은 단순한 자기만족 이상일 것입니다. 진짜 아름다움은 그 속에 존재의 비애를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름다움은 쉬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는 그 이상의 것이 또한 있을 것입니다. 뭐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진리의 한 표상이 있어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이름 모를 당신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온갖 서러운 단어들을 골라내어 바깥의 저 파란 하늘을 닮은 글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 파란 호수에 눈물 한 방울 떨어지면 동심원의 파문이 온 하늘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당신의 파문과 만날 것입니다. 하늘 호수에서 만난 우리의 흔적은 이내 사라지겠지요. 그리고 꿈꾸던 하늘도 닫길 것입니다. 그러나 먼 훗날, 동화처럼 다시 파란 하늘이 열리는 날에는 저 우주의 끝으로 날아가는 우리의 희미한 불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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