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빗소리 / 주요한

샌. 2005. 2. 15. 19:46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날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빗소리 / 주요한

 

겨울비가 내린다.

멀리서 올라오고 있는 봄을 재촉하듯 조용 조용히 겨울비가 내린다.

비에 젖고 있는 도시의 밤 풍경에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는 비가 올 때면자주 이 시를 읊었다. 얼마나 들었는지 나중에는 나도 외우게 되었다. 뒤에 친구가 이 시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듣고는 실소하게 되었지만....

봄비가 가슴을 설레게하고 애태우게 만든다면 겨울비는 사람을 침울하게 하고 애상에 젖게 한다.

이런 날은 그냥 무작정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다. 와이퍼를 최대한 느리게 동작시키고 인적 드문 밤길을 끝없이 달려보고 싶다.

...........

그러면 답답한 속이시원하게 뚫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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