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 가서낙조를 보다. 연일 춥던 날씨가 좀 풀리고 양지 바른 곳에서 쬐는 햇볕은 봄햇살처럼 부드러운 날, 친구와 강화도를 나들이를 가다.
갑곶돈대에서는 갯펄에서 졸고 있는 오리들도 보고, 400년이 되었다는 탱자나무도 보고, 그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복고풍이 불었는지 길가 얼음판에는 썰매를 타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도 덩달아 즐거워한다. 철사를 바닥에 깔고 창으로 찍어서 앞으로 가는 얼음썰매를 옛날에 우리는 '씨갯도'라고 불렀다. 그때는 스케이트를 타보근게 소원이었는데 이젠 인기 순위가 바뀌었다. 현대는 원시를 그리워하나 보다.
섬의 서쪽 해안가에는 '조단(照丹)'이라는 찻집이 있다. 저녁 무렵이면 손님이 많아지는 전망 좋은 찻집이다. 밖에서 보는 낙조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넓은 유리창을 통해 실내에서 보는 낙조 또한 못지 않게 아름답다.
노을의 색깔처럼 따스한 온기가 실내에는 있고, 또 창틀이 자연스런 프레임이 되어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조단이 아니더라도 서해 노을은 아름답다. 일상이 건조해지고 마음이 모래처럼 서걱거릴 때는 서해 노을을 보러 떠날 일이다. 그러면 분주하게 뛰놀던 생각들이 잠잠해지며 비단결같은 노을의 색깔이 마음을 곱게 물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