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안산에 가서 바깥 찬바람을 오래 쐬었더니 코감기가 찾아왔다. 쉼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약간의 미열을 제외하고는 오직 코에만 이상이 나타났다. 특이한 감기다. 그러니 오히려 짜증이 더 난다. 이틀간 나 죽었소 하며 침대에서만 버티었다.
어제 오후에는 겨우 내내 기다리던 눈이 살짝 내렸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두운 방 안에서만 지냈다. 소식을 듣고 창문을 열어보니 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오늘은 저도 질렸는지 감기가 슬슬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이때 마지막 아듀의 순서는 복숭아 통조림이다. 감기와 복숭아 통조림과의 연결은 그 연원이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나에게는 역사가 길다. 그것은 영양 보충제이면서 몸살의 특효약이다.
몸이 좋지 않으면 아내의 시장바구니에는 늘 복숭아 통조림이 담겨 온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달콤한 복숭아 물을 마시니 원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내일 아침은 개운하게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