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나무

샌. 2005. 1. 22. 09:24


 

산꼭대기에서 눈꽃을 피우고 있는 겨울나무를 보았다. 기온은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지고 바람도 거세 서 있기도 힘든 날씨였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도 바람에 쓸려 한쪽으로 피어있다.

 

동물은 굴속에 숨거나 겨울잠을 자며 이 계절을 견디지만, 나무는 자기 자리에서 한 발도 비켜서지 않은 채 혹한의 계절을 이겨낸다.

 

미리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몸 안의 물기를 빼낸 뒤 겨울나무는 홀로 서 있다. 철저한 자기 부정과 비움을 통해 차가운 칼바람과 맞서는 것이다. 아마도 겨울나무는 바깥 냉기보다 더 차가운 얼음덩어리 하나 기르고 있을 것이다.


스키장에 가는 동료들을 따라나선 길이었다. 처음 가본 스키장은 예상 외로 규모가 컸다. 스키장 진입로 수 km에 걸쳐 숙박업소, 음식점, 장비 대여업소, 일반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스키장 하나가  생기면 그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민 생활이나 생태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겨울 한 철의 위락을 위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큰 것만 같다.그러나 경제 지상주의자들은 더 많이 개발하고, 더 많이 일자리 창출하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이윤을 남겨서 좋은 현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설원을 가르며 환호하는 스키어들을 바라보며 정(靜)과묵(?)으로 이 계절을 인내하는 겨울나무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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