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소래 폐염전

샌. 2005. 1. 24. 20:29


 

외롭고 쓸쓸할 때는 쓸쓸한 풍경과 만나러 가자. 슬픔은 슬픔으로 위로받고, 쓸쓸함은 쓸쓸함으로 인하여 위안을 얻는다.

 

서해의 소래 포구 폐염전 - 한때는 하얀 소금의 산을 이루며 번성을 누리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갈대만 무성한 황폐한 들판이 되었다. 폐염전이야말로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가장 스산하고 쓸쓸한 풍경이다.

 

어디 그런 것이 소래 포구만이랴? 우리의 인생살이에서도 한 번의 영화가 지나면 쇠락의 쓸쓸함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다만 영광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더 이상 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바닥에는 풀들이 무성하다. 처음에 염전 바닥은 흙으로 된 토판(土板)이었다. 그 뒤에 항아리 등 옹기 깨진 것으로 바닥을 깔았고, 나중에는 검은 타일을 사용함으로써 소금 채취 작업이 쉬워지고 깨끗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토판에서 생산된 소금에는 각종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어 도리어 고가에 매매된다고 한다.

 


 

곧 허물어질 듯한 소금 창고 때문에 풍경은 더 을씨년스럽다. 그것이 바로 폐염전의 풍경을 살려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소금 창고 출입문 위에 언젯적 것인지 빛바랜 글씨가 걸려 있다.

 

‘좋은 품질은 무언의 선전이다.’

 

그리고 녹슨 자물쇠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바닷물을 길어올리던 수차는 이제 고단한 몸을 쉬고 있다. 해 저무는 폐염전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쓸쓸한 풍경뿐이다. 한적했었을 이곳이 지금은 사방이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싸이고 있다. 해양생태 공원을 만든다고 한 쪽에서는 굴삭기 소리가 요란하다. 이런 박물관적 풍경도 과연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삶에 피곤해진 심신을 달래줄 이런 장소는 더 이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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