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 있는 두리봉(457m)은 남한산성 남쪽에 있는 산이다. 망덕산에서 동쪽으로 뻗어가는 산줄기가 두리봉을 지나 군두레봉까지 이어진다.
이배재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망덕산을 거쳐 두리봉으로 향했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깨끗했고 공기는 맑았다. 망덕산을 지나서부터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알맞은 길이다.
부드러운 산길이 능선을 따라 꼬불꼬불 이어졌다. 달콤한 숲의 향기가 가득했다. 여기는 인간의 소란함으로부터 벗어난 별천지였다.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렇다. 소유하지 않아도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 때나 찾아가 마음껏 걸을 수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결국은 내 것, 네 것의 구분도 없어진다. 아서라, 다 부질없는 아귀다툼일 뿐이다.
두리봉을 지나 군두레봉으로 가는 중간에 새우개고개가 있는데, 옛날에는 한양으로 가는 중요한 통로였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돌을 올려 놓거나, 침을 뱉거나,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하나씩 두고 지나갔는데, 이는 서낭신에게 재난을 없애고 소원 성취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풍습이었다고 한다. 전에는 이곳에 성황당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돌무더기의 흔적만 남아 있다.
군두레봉에서 내려가는 길을 잘못 들어 다 내려간 뒤에 다시 올라오는 수고를 해야 했다. 희미한 길이 밑에 내려가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뢰 조심'이라는 경고문 때문에 풀이 무성한 길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갈 수는 없었다. 덕분에 산 하나를 더 오른 셈이 되었고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산에서 내려와서도 목현천을 따라 경안동까지 걸었다. 걷기 욕심이 지나쳤다.
* 걸은 시간; 5시간(12:00 ~ 17:00)
* 걸은 거리; 약 12km
* 걸은 경로; 이배재 - 망덕산 - 두리봉 - 새우개고개 - 군두레봉 - 계곡 - 군두레봉 - 목현천 - 경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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