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난 별 본 적 없다 / 학생 작품

샌. 2013. 7. 3. 07:42

회색 숲 속 칙칙이 둘러싼 덤불 따라 걸었다.

터덜대는 발자국 하나 찍힐 때마다

뿌옇게 모래먼지가 너덜거렸다.

 

이제 간신히 열 여서 일곱.

고개 들어봐도 보이는 건 불 꺼진 하늘이다.

까만 밤하늘은 본 적 없다.

파란 갓등에 불 꺼진 듯 그런 하늘만 봤다.

 

내가 아는 하늘은 분명 낮에는 퍼렇고

밤에는 까만 하늘이다.

어른들은 늦게 들어가는

우리들 불쌍하고 걱정되니 가는 길에

불 켜둔다 했다.

 

그 졸렬한 불빛에 하늘이 미간 찌푸리고

구역질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 돌리는 것,

내가 집 가는 길에 분명히 봤다.

 

나는 이제 겨우 열 여서 일곱이지만 그래도

하늘에 별 있고 달 있는 건 안다.

원래 밤하늘이 시커멓고 거기에

바늘로 구멍 숭숭 뚫은 것처럼

별 있어야 한단 것도 안다.

 

어른들은 우리더러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훌륭한 사람 된다 그랬는데

어른들은 우리한테 별 하나 보여주지도 않고

상상력 없고 발랑 까졌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집 가는 길에 졸렬한

주황 불빛에 질린 듯, 체념한 듯

울상인 하늘을 봤다.

 

열 여서 일곱인 난데

별 본 적 없다.

 

밤에 별이 총총해야 한다는 것만 안다.

 

- 난 별 본 적 없다 / 학생 작품

 

 

지금이 중고등학교가 기말고사를 치르거나 앞둔 때일 것이다. 학교라는 데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어른들이 하는 짓거리가 어떤 건지 현장에서 떠나니 좀더 명료하게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불을 밝혔다고 하지만 그게 하늘의 별을 가린다는 사실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교사나 학부모는 문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체하거나....

 

낮에 산책할 때면 때때로 T중학교 앞을 지난다. 어쩌다 종소리도 들리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중인 아이들이 보인다. 그 모습에서는 뭔가 묘한 부조화가 읽힌다. 아마 교실 안을 보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내 과민반응인지는 몰라도 공장식 축사에서 인공 불빛을 받으며 시들어가는 닭이 연상되어 슬퍼진다. 사육사 배후에 숨어 있는 진짜 관리자는 누구일까?

 

이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사육사는 필요 없다. 대낮보다 더 밝은 인공의 빛을 꺼버리고 밤하늘의 별을 다시 가져다줄 그런 불량 선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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