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길이 미끄러우면 적당한 데서 내려오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조심해야 할 구간은 그늘진 곳 일부였고, 나머지는 보통의 운동화로도 충분했다.
영실에서 한라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해발 1,280m에서 시작한다. 영실에서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오를 수는 없고, 대부분은 윗새오름(1,711m)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한다. 우리는 영실에 차를 주차해 놓았으므로 윗새오름까지 오른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약 4시간이 걸렸다.
영실기암. 이곳 영실 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부처님이 불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하다 해서 영실(靈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바위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제자들 모습이다.
영실 계곡의 중심인 병풍바위로 수직 암벽의 규모가 엄청나다. 이것도 거대한 화산 활동의 흔적일 것이다.
한라산은 30만 년에서 10만 년 전 사이에 일어난 화산 활동에 의해 생겼다고 한다. 영실 계곡도 아마 그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한라산의 마지막 폭발은 2만 5천 년 전에 있었다.
아랫 방향으로의 전망. 남쪽으로는 강정 해안이 내려다 보였다.
경사를 오르고 나면 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백록담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작은 돌들이 널려 있는 벌판이라는 뜻의 선작지왓이다. 해발 1,700m 높이에 이렇게 평평한 땅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끊임없이 구름이 몰려와서 백록담은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봄, 가을의 풍경은 정말 멋질 것 같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서 내년에는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우선 1~2년 정도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곧 제주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이 세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흠이지만, 제주도의 기온은 사람이 살기에 최적이다. 그리고 오염이 없는 맑은 공기가 좋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도 세상과 약간의 거리를 둬야겠다. 육지에서 멀어지니 아내는 수면제 없이도 잠을 잘 잤다. 제주도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망외의 소득을 거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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