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내 못난 성격을 고치려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나 스트레스만 받았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참 지나서야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주어진 대로 살자주의다. 못난 것도 나의 한 부분이고,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더라도 타인을 불편하게 하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성질대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마땅히 삼가야 할 게 있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것이 성숙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러므로 성격 개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날뛰는 성질을 조용히 시킬 필요는 있는 것이다.
여유 있게 사는 연습이라고 할까, 내가 일상에서 유념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져 주기다.
가끔 바둑을 두거나 당구를 치는데 승부욕이 강한 상대를 만나면 서로가 피곤하다. 덩달아 흥분할 때도 있다. 게임이란 즐기는 것이지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일부러 져 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악착같이 이기려는 마음이 이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온종일 함께 있다 보니 의견 충돌이 생길 기회도 그만큼 많다. 이때는 져 주는 자세로 나가면 모든 게 원만해진다. 괜히 내 고집을 부려 이기려고만 하면 오히려 내가 더 괴로워진다.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둘째, 양보하기다.
내 위치를 침범당하면 화가 난다. 인정받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 욕구다. 그렇지만 늙을수록 조심해야 한다. 대우 받으려고만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 나는 이제 뒤로 물러나야 한다. 좋고 갖고 싶은 건 먼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연습을 해 보자. 운전할 때 얌체가 끼어들더라도 미소를 지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는 멋있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면 열 받을 일이 줄어든다.
셋째, 기다리기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 기다리기다. 약속 시간을 못 지키고 기다리게 하면 발끈하게 된다. 이것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얼마나 손해를 보았는지 모른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 된다. 조급증을 고치기 위한 연습이라고 누군가가 이런 충고를 해 주었다. "일부러 약속 장소에 30분 먼저 가서 느긋하게 기다리라. 상대가 늦게 오더라도 전화로 확인하지 말라. 싫은 내색을 절대 하지 말라." 속에서 일어나는 화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만은 자제해야겠다. 인격의 수양은 이런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져 주기, 양보하기, 기다리기는 일견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가 편하게 사는 방법이다. 안달하며 살 필요가 없는 환경은 되었는데 옛 성질만은 팔팔하게 살아 있으니 이 무슨 꼴불견인가. 늙은 주책 부리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