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소쩍새는 밤에 울고
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
풀 뽑는 언덕에
노오란 고들빼기꽃
파고드는 벌 한 마리
애닯게 우는 소쩍새야
한가롭게 우는 뻐꾸기
모두 한 목숨인 것을
미친 듯 꿀 찾는 벌아
간지럽다는 고들빼기꽃
모두 한 목숨인 것을
달 지고 해 뜨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우리 모두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 삶 / 박경리
통영 미륵산 자락에 있는 박경리기념관 뜰에 이 시가 적힌 시비가 있었다. 작가가 생의 마지막에 쓴 시들에서는 소설에서 읽지 못하는 작가의 진솔한 마음을 만난다. 작가에게 다가가는 데는 소설보다 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인생이 농축되어 있는 작가의 시에는 고운 영혼의 향기가 풍긴다. 그 향기는 내 마음으로도 스며들어 따스하게 위무해 준다.
작가의 시는 쉽다. 아무 기교도 없다. 시가 주는 향기처럼 작가의 삶도 간결하고 담박했을 것이다. 기념관에서 받은 느낌도 그랬다.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한 인간을 만났다.
작가의 다른 시 한 편이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 일 잘하는 사내 /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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