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다. 2006년에 나왔으니 꽤 오래된 영화인데 비주얼이나 표현 방식이 독특해 재미있으면서 감동이 있었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작품인데 일본적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이 다른 영화라 느꼈다.

 

마츠코는 삼 남매의 장녀인데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아픈 여동생 쿠미에게 쏠려 있다. 아버지로부터의 애정 결핍에 시달린 마츠코는 교사가 되지만 행복도 잠시일 뿐 불운한 사건에 연루되어 교단에서 쫓겨난다. 학생을 감싸려 한 행위가 도리어 화를 부른 것이다. 착하고 순수한 마츠코는 험한 세상에 내동이쳐진 셈이다. 이후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마츠코를 파멸로 이끌고, 그럴수록 마츠코는 더욱 애정에 집착한다. 결국은 몸을 파는 지경에 이르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화려한 색채가 가득한 영화지만 결코 밝지 않다. 내용과 형식을 반대로 대비시킴으로써 효과를 높이려 하지 않았나 싶다. 인생은 비극이면서 동시에 희극이기도 하지 않은가. 마츠코를 보면서 너무 속이 상했다. 왜 그렇게 남자에게 의존적이고 비이성적 선택을 하는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랑의 결핍이 그런 갈구로 나타났으리라. 마츠코는 사랑이 넘치는 따스한 가정을 원했으나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야비하고 폭력적이었다. 그래도 마츠코는 말한다. 

"맞더라도 혼자인 것보다는 낫다."

 

마츠코의 마지막 10년은 그렇게 두려워하던 혼자가 되어 폐인으로 살아간다. 그녀는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이웃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제목에 '혐오스런'이란 어색한 단어가 들어갔을까. 실제 혐오스러운 것은 정글 같은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나중에 마츠코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며 아버지가 얼마나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했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누나를 오매불망 따르는 여동생 쿠미도 있었고, 도움을 주려는 메구미라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왜인지 그녀는 늘 잘못된 선택을 한다. 마츠코가 한탄을 하며 "왜?"라고 묻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내가 묻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인생은 씁쓸한 농담인가 보다. 마츠코는 다시 일어설 마음을 먹지만 불운한 우연과 다시 마주한다. 죽어서야 마츠코는 하늘로 올라가 "어서 와!"라는 쿠미의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살아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불행했던 한 여자의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잘 그려낸 수작이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운명이 얼마나 난폭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B급 같은 포스터처럼 비극을 희극화하여 표현하는 수법도 좋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