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꽃 피는 삶에 홀리다

샌. 2011. 4. 22. 11:39

도서관에 회원 등록을 했다. 집에서 걸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시설도 좋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앞으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도서관에서 보낼 생각을 갖고 있다.

오랜만에 책 속에 묻히니 행복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김훈의 글을 읽었다. 그리고 <페미니즘의 도전>과 <꽃 피는 삶에 홀리다>를 빌렸다.

사람에 인품이 있다면 글에도 문품(文品)이 있을 법하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는 미술사학자인 손철주 선생의 에세이다. 주로 그림에 얽힌 얘기를 중심으로쓴 글인데고전적인 아취가 풍긴다. 마치 오래된 도자기를 완미하는 듯하다. 예술에 대한 지식도 놀랍지만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은 품격이 느껴진다. 부러울 뿐이다.

책머리에 나오는 '글맡에서'라는 글도 귀하다.

눈이 나빠져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야가 좁으면 어떻게 될까. 나쁠 게 없다. 보이는 것만 보면 된다. 본다고 다 보이지도 않는다.

귀가 나빠져 병원에 갔다. 의사는 가는귀라고 걱정했다. 괜찮다. 큰소리치기를 바라지 않거니와 들리는 것만 들으면 된다. 듣는다고 다 들리지도 않는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았더니 책이 되었다. 보고 들은 바가 적다. 게다가 희고 곰팡슨 소리다.

아뿔싸, 문 열자 봄이 가고 버들개지가 진다. 구름 가고 구름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삶은 이운다. 짧아서 황홀하다. 말하고 싶다. 손철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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