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심심한 삶

샌. 2016. 8. 23. 10:29

은퇴한 이후 내 삶은 심심하게 되는 것이었다. 보통은 퇴직 이후에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한다. 심심한 삶은 기피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일을 만들지 않고 얼마나 충분히 심심해지느냐가 내 목표였다.

 

그러니 퇴직 이후의 삶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놀겠다는데 미래에 대한 염려도 없다. 다행히 연금이 나오니 먹고사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만큼 팔자 좋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심심함이란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삶이다. 관계에서 기쁨을 찾는 게 아니라 홀로 자족하는 즐거움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지루해 보이겠지만 심심한 삶은 그리 못된 게 아니다. 나름대로 은근한 행복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나는 단순함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믿는다. 노인이 되면 주변을 정리하고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 행세를 하며 설치고 다니는 건 꼴불견이다. 현대는 너무 활동 지향적인 시대라 세상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퇴직 6년차로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심심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이 삶이 내 체질에 맞기 때문이다. 동료와 다른 점은 책과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둘 다 혼자서 즐기는 놀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 "무슨 재미로~"라는 반응을 보인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인간관계로 많이 힘들었다. 퇴직하니 그런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쫓기듯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여전히 통쾌하다. 그 뒤로는 내 앞에 놓인 자유 시간을 즐길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만 벗어나도 인생은 훨씬 가벼워진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다.

 

더 힘이 떨어지면 바닷가에 작은 집 하나 얻을 것이다. 그리고 마당 의자에 앉아 종일 하늘바라기나 하고 싶다. 하루의 끝에는 저녁노을이 대미를 장식하겠지. 그것이 내 로망이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얀테의 법칙  (0) 2016.09.30
가장 존엄한 파티  (0) 2016.09.12
뭣이 중헌디  (0) 2016.08.15
그럼에도 불구하고  (0) 2016.08.03
평상심  (0) 201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