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의 자전 기록이다. 1943년 출생에서부터 1998년 감옥에서 석방될 때까지 55년간의 삶을 담았다. 1권은 '경계를 넘다', 2권은 '불꽃 속으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구성이 특이하다. 감옥 생활 여섯 꼭지를 중심으로 사이사이에 과거 기록이 들어 있다. 순서를 거스른 의도적인 배치가 내용에 포인트를 준다. 시대순으로 재배열하면 이렇다.
유년(1947~1956)
방랑(1956~1966)
파병(1966~1969)
유신(1969~1976)
광주(1976~1985)
출행(1985~1986)
방북(1986~1989)
망명(1989~1993)
감옥(1993~1998)
제목에서 보듯 파란만장한 생애다. 대부분이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바쳐져 있다.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 열정과 희생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어두운 과거를 들춰낸 무거운 주제이지만 시대의 이야기꾼답게 책읽기는 무척 재미있었다. 연신 찡그리게 하고 미소짓게 만든다. 다른 일이 생기면 책을 놓기가 아쉬웠다. 황 선생이 산 시대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나와 겹친다. 민주화를 위한 숨은 노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
유년과 방랑, 그리고 감옥 생활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가 보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역시 큰 인물이다. 마당발로 알려진 사실대로 책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온다.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형수를 비롯해 감옥에 갇힌 여러 사람들 이야기는 진한 감동을 준다.
책 제목이 <수인(囚人)>인데 감옥에 갇혀야만 수인은 아닐 것이다. 육체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정신은 관념의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수인도 많다.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가정이나 학교, 군대도 일종의 감옥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영혼은 그 속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출을 감행한다. 이 책은 그런 반항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나도 자서전 비슷한 걸 써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포기했다. 나는 써야 할 담론으로서의 얘깃거리가 전혀 없다. 시대의 고민에 동참하지 못했다. 자잘한 사적 이야기는 혼자 속으로 간직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뒤에 나올 감옥 이후의 이야기, 3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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