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샌. 2018. 8. 29. 10:13

예수가 언제 어떻게 신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라는음에 대한 바트 어만(Bart D. Ehrman) 교수의 저작이다. 예수는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 질문과도 연관이 있다.

 

기독교는 예수가 곧 하느님이라는 교리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예수가 직접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갈릴래아의 가난한 예언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신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저자는 예수를 '묵시론적 예언자'로 이해한다. 예수 당시에 유대인들 사이에는 묵시론적 열정이 퍼져 있었다. 사악한 시대를 끝낼 메시아가 오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예수 역시 악의 세력을 파괴하기 위해 하느님이 곧 개입하리라고 가르쳤다. 하느님은 선하고 이상적인 나라를 세울 것이고, 그곳에는 더 이상 괴로움과 고통이 없을 것이다. 예수는 그를 따르는 열두 제자와 함께 그 나라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예수는 이 모든 일이 자기 세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스도론의 전환점은 예수 부활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부 제자는 예수 부활을 확실히 믿었다. 되살아난 예수가 자신들 가운데 나타난 뒤 하늘로 올라갔다고 결론 내렸다. 하느님은 그를 전대미문의 권위를 지닌 신분으로 고양시킨 것이다. 예수는 이제 하늘에서 하느님과 함께 있다.

 

그 뒤에 상황은 또 변해서 아예 처음부터 하느님과 동일한 분으로 해석되기 시작한다. 바울로와 요한복음의 가르침이 주류로 등장한다. 니케아 공의회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증했다. 당국의 권위에 대항하고 국가에 반대한 죄로 십자가 형에 처해진 갈릴래아의 묵시론적 설교가인 역사적 예수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어쨌든 예수는 하느님이 되었다.

 

저자가 예수의 윤리적 가르침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점도 흥미롭다. 예수는 사회가 오랫동안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윤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수에게는 긴 기간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종말이 도래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면서 예수가 설정한 표준에 따라 살았던 사람들은 곧 도래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파멸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예수 가르침을 다른 맥락에서 이해한다. 예수의 도덕적 가르침 뒤에 있는 논리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논리는 아니었다.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가 주장하는 요점이 해제에 잘 요약되어 있다.

 

1) 고대 그리스나 로마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심지어 유대인들에게까지도, 현재 우리처럼 어떤 인물이 신이냐 인간이냐를 흑백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고, 인간이 신이 되기도 하고 신이 인간이 되기도 하며, 위대한 인물은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이라 보는 시각이 보편적이었다.

2) 예수는 스스로를 메시아로 생각했을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을 신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4)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믿은 제자들의 부활 신앙 때문이었다.

5) 이렇게 부활했다고 믿은 예수가 더 이상 자기들과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하늘로 올라갔을 것으로 믿게 되었다.

6) 하늘로 올라간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로 격상되고 그 결과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7) 공관복음서에서는 초기 제자들의 예수 신앙과 달리 예수가 세계나 출생에 의해서 하느님의 아들로 '고양'되었다고 믿었다.

8) 바울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에 온 하느님의 천사로 보고 그의 선재성을 강조했다.

9) 요한복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가 선재하는 하느님의 육화라 보았는데, 기본적으로 육화 그리스도론이 결국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어만 교수는 신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역사적 과정에 중점을 두어 예수를 살피고 있다. 예수는 실재했고 십자가 처형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예수는 지금 우리가 믿는 예수는 아니다. 이 책은 예수의 신성이 기독교의 교의가 되는 300년의 역사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신앙에 대한 지적 성찰과 더불어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하는 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예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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