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오바마의 민망한 칭찬

샌. 2011. 1. 31. 13:11

"한국에서 교사들은 국가 건설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도 교사를 한국 같은 수준으로 존경할 때가 됐다."(In South Korea, teachers are known as 'nation builder'. Here in America, it's time we treat the people who educate our children with the same level of respect.)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야 되는데 오바마의 칭찬은 영 생뚱맞다. 한국 교육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다.

우선 '국가 건설자'라는 명칭부터 낯설다. 이런 말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교사가 존경 받는 직업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땅에 떨어진 교권 때문에 교실붕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교사를 조롱하고 심지어는 폭행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일어난다.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오바마의 지적은 아마 6, 70년대의 한국이라면 그런대로 맞을지 모르겠다.

한국 교육은 공교육의 붕괴, 과도한 교육비 부담, 대학입시의 과열, 지나친 경쟁, 학벌주의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오바마의 말처럼 결코 모범 사례가 아니다. 전에 오바마는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과 많은 수업시간을 본받자고 했다. 무너진 미국의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시스템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다. 왜 자꾸 한국 교육이 입에 오르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만큼 만만하다는 얘기인가?

최근 독일 잡지 '슈피겔'에 한국 교육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서는 삶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이며, 학생들에게 공부는 고통이라는 내용이다. 초중고 12년이 사실 수능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초등학생들이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는 사진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엄마...!" 한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그들의 부모님 때문에 차가운 물 속에 빠졌다. 이 훈련은 어린이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하게 하기 위한 훈련 중 하나이다. 한국의 수업은 힘들기 때문에 이것은 학생들이 대입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된다.'

유럽인들에게 이런 장면은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지 않는다. 유약해서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까 봐 걱정한다. 바르게 살기 보다는 강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이런 것이 한국 교육의 강점인지 모르지만 대신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어릴 때부터 경쟁 대신 배려와 양보, 자기존중감, 행복에 우선 순위를 두고 가르쳤다면 아이들의 심성이 이렇게 비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교실 붕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는 말라'는 말을 가정과 학교에서 수도 없이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공중의식이 너무 부족하다. 오직 최고가 되라고 교육에만 올인한다. 한국 교육은 바탕부터 잘못되어 있다.

한국 교육에 대한 오바마의 칭찬을 들으니 도리어 부끄러운 부분이 들춰진 것 같아 민망하다. 고도성장기의 산업시대에는 우리 교육 스타일이 효율적이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공부가 즐거운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육 시스템 뿐만 아니라 국민 의식의 변화가 더 시급하다. 너나없이 내 자식의 성공과 일등에만 매달린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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