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국을 하는 그와 칼국수 한 그릇 할 요량으로 약속 시간 맞춰 국숫집 뒷방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터억하니 두 그릇 든든하게 시켜 놓고 기다렸는데 금방 온다던 사람은 오지 않고 국수는 퉁퉁 불어 떡이 되도록 제사만 지내고 있는 내 꼴을 때마침 배달 다녀온 그 집 아들이 보고는 혹 누구누구를 만나러 오지 않았냐고 은근히 물어오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만 홀에 한 번 나가보라고는 묘한 미소를 흘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마당을 지나 홀 안을 빼꼼 들여다보니 아연하게도 낯익은 화상이 또한 국수를 두 그릇 앞에 두고 자꾸만 시계를 힐끔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안동 숙맥 박종규 / 안상학
오늘 점심은 시장에 나가 국수를 먹었다. 잔치국수 한 그릇에 4천 원이다. 집은 허름하지만 국수는 맛있고 양도 푸짐하다. 주인장 인심도 좋다. 국수를 먹으면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때는 집에서 직접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밀가루 반죽을 한 다음 홍두깨로 늘려서 칼로 숭숭 썬 다음 끓여내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외할머니가 해 주는 국수 맛은 기가 막혔다. 기계로 뽑아낸 면이 아니라 손으로 만들어야 진짜 국수다. 품이 많이 들어선지 할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국숫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 잇속을 챙길 줄 모르고 미련하고 어수룩하니 숙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인류는 '차도남' 스타일로 진화 중인데, 우직하니 자신의 박자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안동이 아니라 제주도에 날아가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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