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당 안에서 어느 날 문득 피어난 매화여!
벗님과의 술자리에서 고결한 미소를 짓누나
온 천지에 눈 내리고 찬 바람 휘몰아치는데
그대, 짙은 향기를 풍기며 어디메서 왔는가?
白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處得夫來
- 분매(盆梅) / 임영(林泳)
올해는 남도 지방에서 몇 그루의 고매(故梅)를 만났다. 매화는 선비가 지켜야 할 정신을 상징하는 꽃이었음을 이번 길에서 확인했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말이 나타내듯, 어떤 가난과 고난에도 선비는 지조를 꺾을 수 없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꽃을 피워내는 매화를 보며, 옛 선비들은 위안을 받고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다짐을 했을 것이다.
임영(林泳, 1649~1696)은 조선조의 문신이다. 경전과 역사서에 정통하였고, 제자백가의 글에도 밝았다 한다. 실내에서 기르던 분매(盆梅)가 한겨울에 문득 꽃을 피웠다. 벗과 함께 술 한 잔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300여 년 전 분매를 옆에 둔 선비들의 모임 자리가 훤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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