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봄은 스캔들이다 / 최형심

샌. 2019. 4. 14. 13:06

목련, 바람이 났다

알리바이를 캐내려는 흥신소 사내가 분주하다

흰 복대로 동여맨 두툼한 허리가 어딘지 수상하다

하루가 다르게 치마폭이 부풀어 오른다

여기저기 나뭇잎들이 쑥덕쑥덕거린다

하룻밤 사이에 소문이 온 개봉동에 다 퍼졌다

소문에 시달리던 목련,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이 뜨겁다

 

- 봄은 스캔들이다 / 최형심

 

 

연분홍 진달래는 염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뜨거운 소문이 온 산을 불태울 듯하다. 빨간 명자꽃은 요염하고 정열적이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벚꽃은 바람둥이처럼 흩날린다. 노란 개나리는 순진한 풋사랑이다. 목련은 어느새 아기를 뱄나 보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옛말이 맞다고 모두가 쑥덕거린다. 그렇다, 봄은 스캔들로 시끌벅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