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었네. 이와 같이 들었네. 그 때는 행복하신 님께서 사와띠에 계실 때. 제따 숲, 외로움 벗는 동산의 번뇌 다한 스님들, 천이백오십 그 성자들이 님과 함께 살았네. 하늘 맑고 바람 산들한 사와띠의 아침 나절, 부처님과 성자들이 공양 드실 때 되었네.
님께서는 가사 입으시고 발우 고이 드시고 연꽃 같은 발을 들어 성안으로 가셨네. 일곱 집 맑은 밥을 차례대로 비시고 계시던 자리 돌아오시어 함께 공양을 드셨네. 공양을 다 드시자 가사 발우 거두시고 손발을 씻으신 뒤 자리 펴고 앉으셨네.
- 금강경 1(법회가 열리던 날, 法會因由分)
우리말로 쉽게 번역된 금강경을 우연히 만났다. 호미 출판사에서 펴낸 <나 없는 지혜, 나 없는 자비>로 이포 선생이 옮겼다. 첫머리를 읽다가 노래 가사 같은 아름다운 문장에 반해 버렸다. 작게 소리 내어 읽어보니 제따 숲의 평화로운 광경이 선연하게 그려지고, 아무 소리 없는 그 일상의 풍경이 잔잔한 울림이 되어 내 가슴에 전해졌다.
불교는 잘 모른다. 그냥 필사하는 심정으로 주신 말씀을 맞이하려 한다. 오래전에 도올 선생이 쓴 금강경 해설서인 <금강경 강해>을 읽은 적은 있다. 책장에서 찾은 그 책도 옆에 두고 같이 봐 나가야겠다.
육조 혜능선사가 깨우침을 얻은 구절이 금강경에 나온다. "아무 데도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 내가 이해하는 금강경은 이 한 마디에 압축되어 있다. '나 없음', 이 화두만 붙잡고 있어도 금강경을 옮겨 써 보는 의미는 있지 않을까, 고 감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