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린이대공원 산책

샌. 2020. 1. 12. 14:43

 

서울의 친지 결혼식에 참석한 뒤 마침 가까이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어 잠시 산책하다. 거의 15년 만에 들어와 보다. 더 옛날,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자주 놀러 왔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요사이는 갈 데가 많지만 그때는 어린이대공원이 놀이 시설과 동물원이 있는 대표적인 복나들이 장소였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옛 생각에 잠긴다. 둘이 유모차를 서로 타려고 싸우다가 언니가 혼이 나서 운 데가 여기였지. 저기쯤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고, 비스듬히 누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코끼리 우리 앞에서 목말을 태워주면 엄청 좋아하던 아이들이었는데. 가볍게 번쩍 들어올리던, 얘들이 언제 클까 싶던, 그 시절이 좋았어.

 

놀이동산에서 청룡열차 타는 걸 좋아해서 긴 줄에 서 있곤 했지. 아이들은 어렸고, 아내는 무서워해서 항상 혼자였어. 그 롤러코스터가 옛 모습 그대로지만 이젠 타 볼 엄두를 못 낸다. 5년 전인가 에버랜드에서 용감하게 탑승했다가 내려와서 어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그 후유증으로 몇 년을 고생했는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어지럼증이 멎은 게 얼마 안 된다.

 

학교에 있으면서 학생들 데리고 소풍 오는 단골 장소가 어린이대공원이었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풍 장소였지만 편하니까 선생들은 좋아했지. 젊었을 때 내 생활 반경은 어린이대공원이 중심이었어. 새 렌즈를 사 가지고 선배와 사진 찍으러 온 기억도 나는군. 자신이 가진 니콘 F2를 자랑하며 애지중지하던 선배였는데, 둘 다 사진은 겁나게 못 찍으면서 온갖 폼은 다 쟀지. 그 선배가 먼 나라로 간지도 벌써 20년이 넘는군. 아름답든 슬프든 늙어서 되새기는 모든 추억은 쓸쓸하기 마련인가 봐. 눈길을 오래 줄 수가 없으니.

 

 

명상정원 안내판에서 우리말을 하나 새로 배우다. '혜윰'이다. '생각'이라는 순우리말이라는데, 사전에 찾아봐도 안 나오는 드문 말이다.

 

 

앞선 결혼식은 차분하고 사랑이 가득했다. 대개는 축의금을 내고 식이 시작하는 것만 보고 식당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하객석에서 시종을 지켜보며 아름다운 두 청춘의 앞길을 축하했다. 나란히 선 모습이 예뻐 나도 모르게 한 장을 훔쳤다. 동시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신랑 신부와 오버랩 되었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꿈결인 양 흘러간 세월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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