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

샌. 2020. 3. 7. 13:19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행복이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고까지 말한다. 인생의 제일 목표가 행복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행복을 좇는 일이 오히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삶에는 행복 말고도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는 일반적인 행복보다는 삶의 의미를 더 강조한다. 지은이인 스미스(E. E. Smith) 박사는 긍정심리학자로 삶에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한다. 의미야말로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삶은 같지 않다. 행복에는 의미 없는 행복도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데도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미가 있어야 깊이 있고 충만한 삶이 된다.

 

시시포스는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옮긴 뒤 정상에 닿기 직전에 아래로 굴러 떨어뜨리는 신의 형벌을 받는다. 시시포스는 이 부질 없는 노릇을 평생 계속한다. 시시포스가 근근이 버텨내는 삶보다 무의미한 삶이 있을까? 하지만 카뮈는 시시포스의 삶이 대단히 가치있다고 말한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속인 죄로 벌을 받지만, 자신의 운명을 애석해하거나 더 나은 삶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 하는 신들을 경멸하며 삶의 부조리에 맞서기로 한다. 그럼으로써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된다. 시시포스의 노동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 일을 대하는 시시포스의 당당한 태도가 노동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상을 향해 가는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한 사람의 마음이 충만해진다. 

 

카뮈가 말하는 행복은 단순히 기분이 좋다는 의미의 행복이 아니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다. 삶의 의미는 각자가 발견하는 것이다. 카뮈는 말한다. "세상의 비참함과 위대함을 끌어안으면 된다."

 

책의 부제는 '내 삶의 의미를 찾는 네 가지 질문'이다. 지은이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과 만나고 인터뷰를 하면서 공통되는 네 가지 주제를 찾아냈다. 유대감, 목적, 스토리텔링, 초월이 의미를 받치는 네 개의 기둥임을 밝히고 있다. 누구든 이 네 가지 기둥을 세울 때 삶의 의미를 찾고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넷 중에서 내 관심을 끈 것은 스토리텔링과 초월이다. 인간에게는 스토리텔링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이해한다. 이야기는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필수 요소다. 그래서 글이든, 모임에서든 자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넋두리 같은 얘기일지라도 이야기는 공기 중으로 뻗어나가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세상에 자기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 블로그도 소중한 의미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초월은 일상 세계를 넘어 한 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신비감, 경외감과 통하면서 자아 상실의 경험 같은 종교적 체험도 여기에 포함된다. 초월을 통해 우리는 타인, 만물과 깊이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그 결과 삶과 죽음에 대한 걱정이나 욕망이 사라진다. 초월 체험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바꾼다.

 

초월 체험은 소소한 일상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기의 해맑은 미소에서 우리는 천국을 본다. 얼마 전에는 보이저1호가 찍은 지구 사진을 보면서 말 못 할 신비감에 휩싸였다. 깜깜한 우주 공간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우리 지구의 모습은, 인간이란 무엇이며는 누구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마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세상이나 세상 속에서 우리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지은이는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의미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만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의 무게를 감당할 이유를 스스로 찾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살아야 할 이유는 거창한 무언가에 있지 않다. 내 사람을 지키고, 나의 일을 해내며, 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는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가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행위들은 대단히 사소하다. 하지만 모이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된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소박하지만 매우 확실한, 작은 의미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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