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1917

샌. 2020. 4. 8. 09:54

 

전쟁은 일으킨 놈이 있고 치러야 하는 놈이 있다. 전자는 소수의 권력자이고, 후자는 다수의 민중이다. 특히 어린이와 여자 같은 약자와 젊은 청년이 고통을 겪는 직접적인 피해자다. 전쟁을 일으킨 놈은 이겼건 졌건 상관없이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을 일으킬 엄두를 못 낼 것이다.

 

영화 '1917'은 특별한 느낌의 전쟁 영화다.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다. 연합군으로 참여한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부전선에서 참호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날 독일군이 참호를 버리고 작전상 후퇴를 한다. 이때 영국군의 한 부대가 돌격 작전을 계획하는데 이는 독일군의 함정이었다. 이를 간파한 지휘소에서 작전 취소를 명령하려 하지만 연락이 안 된다. 독일군이 후퇴하면서 모든 시설과 영국군의 통신 설비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냥 두면 부대원 수천 명이 전멸하게 된다.

 

'1917'은 전령 둘이 적진을 뚫고 아군 부대로 파견되어 공격을 중단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수천 명 전우의 목숨이 두 사람에게 달린 긴박한 상황이다. '1917'은 전쟁 영웅담을 그렸다기보다는 휴머니티를 앞세운 따스한 영화다. 대규모 총격전은 없지만 전쟁의 비극을 충분히 고발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전쟁을 그려낸다.

 

두 명의 주인공도 살인 병기 같은 전투병이 아닌 연약해 보이는 청년이다. 전투 장면을 그린 영상도 아름답다. 전투 장면을 아름답다고 하면 뭣하지만, 폐허가 된 도시에서 조명탄이 터지며 주인공이 도망가는 신은 압권이다. 전쟁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특히 화면을 끊어지지 않고 연속으로 촬영하여 긴박감을 더한다. 두 사람을 따라 참호와 들판을 달려가는 듯 실감이 난다. '1917'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경쟁을 벌인 작품이다.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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