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지(23) - 천호, 여산, 숲정이

샌. 2020. 5. 11. 12:08

34. 천호성지

천호(天呼)성지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산(天壺山)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박해 시대에 다리실 교우촌을 비롯해 많은 신앙 마을과 공소가 있었다. <택리지>에 따르면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첩첩산중이었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명서 베드로 등 다섯 분과 다른 무명의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다.

2007년 준공된 부활성당으로 콘크리트 벽과 부정형의 외관이 특이한 성당이다. 예수가 묻힌 무덤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기해박해 10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비.

야외 제단.

성물박물관.

피정의 집.

아내와 장모님은 미사에 참예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지참하지 않아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천호성지는 넓은 터에 잘 가꾸어진 성지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20년 만에 다시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시설이 새로 들어서서 예전의 기억과 맞출 수 없었다. 이곳 피정의 집에서 며칠 쉰다면 몸과 영혼이 말끔히 정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곳이다.

 

35. 여산성지

전북 익산에 있는 여산 숲정이 순교 성지는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곳이다. 여산은 당시 작은 고을이었지만 사법권을 지닌 부사가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우들을 붙잡아 오면 이곳에서 처형하였다. 지금은 논밭의 가장자리에 있지만 박해 당시에는 숲이 우거져서 여산 숲정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이곳에서 순교한 이들의 시신은 신도들이 몰래 거두어서 야음에 천호산으로 옮겨 안장했다고 한다. 여산성지와 천호성지는 서로 연관이 깊다.

성지에서 조금 떨어진 여산동헌 앞에는 백지사(白紙死) 터가 있다. 얼굴에 백지를 바르고 물을 뿌려 질식사시키는 잔혹한 형벌이 백지사다.

여산리에는 예쁜 여산성당이 있다. 1958년에 건립된 성당인데 주변이 곱게 단장되어 더욱 돋보인다. 작은 마을은 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끌린다. 여산은 무척 좋은 인상을 받은 곳이다.

 

36. 숲정이성지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에 있는 순교 성지다. '숲정이'란 이름은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붙은 이름이다. 18세기에 당시 관찰사가 대규모 숲을 이곳에 조성했다고 한다. 뒤에 이 숲은 천주교 신자를 처형하는 형장이 되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유항검의 가족이 처음 참수되면서 순교자의 피가 마르지 않은 장소가 되었다. 1839년, 1866년, 1867년에 대규모 처형이 있었다. 그 뒤로 숲은 사라지고 도시 개발이 되면서 해성학교가 위치했다가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실제 숲정이 순교터는 성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옹색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연이 어찌 되었든 순교터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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