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여래의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몸 모습으로 여래를 뵐 수 있겠습니다."
"수보리여, 만일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도 여래라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로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여래의 모습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네.
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말씀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이는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
끝내 여래를 볼 수 없으리.
- 금강경 26(모습이 아닌 진리의 몸, 法身非相分)
수보리의 대답이 갑자기 엉뚱하다. 지금까지의 수보리를 볼 때 이런 대답이 나올 리 없다. 수보리는 전형적인 대답 대신 살짝 비틀어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더 심오한 경지에서 나온 말일까?(또는 수보리가 깜빡 졸고 있었을지도, ㅎㅎ~)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말씀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는 모든 종교에 해당하는 경고일 것이다. 진리는 작은 우리에 갇혀 있지 않다. 경전의 자구나 언어로 진리를 담아내기는 역부족이다. 부처 너머의 부처, 예수 너머의 예수를 발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날의 신앙 행태를 보면 사도(邪道)가 아니라고 어느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